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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정보(量子情報) 시대 열다

기사승인 2023.05.17  18: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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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김재완 고등과학원 부원장/교수

양자정보(量子情報) 시대를 열다

2022년 노벨물리학상은 아스페, 클라우저, 차일링거 등 실험물리학자 세 사람에게 돌아갔다. 페이스북 창업자와 구글 창업자 등이 제정한 Breakthrough상 2023년도 기초물리학 분야 수상자는 브라사드, 베넷, 쇼어, 도이치 등 이론연구자 네 사람에게 수여된다. 이 일곱 사람은 모두 양자정보과학과 기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양자물리학 연구는 이미 20세기에 화학과 물리 등 분야에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였지만, 이처럼 양자정보과학과 관련하여 노벨과학상을 받은 사람은 2012년 실험물리학자 아로시와 와인랜드가 처음이었다.

‘양자정보’라는 표현이 익숙지 않을 것 같아서 그 표현에 대해 알아보자.

‘정보(情報)’라는 말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information과 intelligence 둘 다에 사용하고 있지만, 중국과 대만에서는 스파이행위와 관련된 intelligence에만 사용한다. 인포메이션(information)을 중국에서는 신식(信息), 대만에서는 자신(資訊)이라고 부른다. 정보를 나타내는 가장 간단한 경우는 둘 중의 하나를 가리키는 것이다. 앞뒤, 좌우, 상하, 흑백, 남녀, 노소, 음양 등 다양한 단어가 두 가지 경우를 나타낸다. 또 스무고개 놀이에서는 ‘예/아니오’로 사물을 맞추게 된다. 비트(bit)는 0 또는 1로 둘 중의 하나를 나타내는 디지털 정보의 단위로 쓰인다. 비트 두 개로는 00, 01, 10, 11 등 2의 제곱인 4 가지 경우를 나타낸다. 비트 열 개는 00…0(열 자리 모두가 0)부터 11…1(열 자리 모두가 1)까지 모두 2의 10제곱, 즉 1024 가지 경우를 나타낼 수 있다.

영어로 ‘퀀텀(quantum)’이라고 하면 거의 오해의 여지가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양자’라고 하면 兩者, 養子, 揚子에다가, 양성자(陽性子, proton)를 가리키는 일본말 陽子 등 수많은 동음이의어 때문에 귀에는 익숙하지만 어떤 뜻으로 하는 말인지 혼동할 수 있다. 퀀텀은, 양(量)을 뜻하는 라틴어 어원 ‘quant’에 명사형 어미 ‘-um’이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다. 이 말은 1900년에 발표된 막스 플랑크의 논문에 처음 등장하였다. 빛 에너지의 양(量)이 연속적이지 않고 덩어리져 있어서, 하나 둘 셋 … 하고 셀 수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1905년 아인슈타인은, 금속에 빛을 쬐면 전자가 튀어 나오는 광전효과(光電效果, photoelectric effect)를 설명하는 데에 ‘에너지 퀀텀’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 보어는 수소 원자핵 주위의 전자(電子, electron) 궤도가 연속적이지 않고 띄엄띄엄 떨어져 있어서 이산적(離散的, discrete)인 분광 특성을 보인다고 하였다. 이렇게 초창기 양자물리학은 다양한 물리량이 연속적이지 않고 띄엄띄엄 떨어져 있어서 양자화(量子化)되어 있는 데에 주목하였다.

1920년대 후반, 하이젠베르크가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불확정성 원리를 발표하면서 현대 양자이론이 등장하였다. 하이젠베르크, 보른, 조르단의 행렬역학으로, 슈뢰딩거는 파동역학으로 양자이론을 기술하였는데, 나중에 두 가지 방법은 동등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물체가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지 기술하는 양자상태(量子狀態, quantum state)를 행렬역학에서는 벡터로, 파동역학에서는 파동함수로 나타낸다. 양자상태는 마치 파도가 포개지듯이 여러 상태가 중첩(重疊, superpose)된 상태로 나타낼 수 있다. 그런데, 한 양자상태에 대하여 어떤 특성을 측정하면, 중첩된 여러 상태 중 하나의 특성만 남게 된다. 이를 측정에 의한 양자상태의 붕괴(collapse of quantum state)라고 부른다.

양자이론 이전의 고전물리학에서는, 원리적으로 또 이론적으로 물체의 상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이미 “결정되어 있는” 물리량을 읽어내기만 하는 측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양자이론에서 측정은, 중첩된 여러 가능성 중에서 하나로 물리량이 “확률적으로” 정해지고, 측정된 후의 양자상태는 오로지 그 측정된 물리량의 값에 해당하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바로 이어 같은 물리량을 측정하면 이젠 완전히 똑같은 값을 주게 된다는 것이, 측정에 의한 “양자상태의 붕괴”에 해당한다.

양자물리학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해한다는 것은 이미 익숙한 것과의 비교나 비유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고전물리학의 측정과 양자물리학의 측정을 비교하기 위해 비유를 들어보자.

우리말에서 흔히 사람을 남녀노소로 구분한다. 어떤 사람이 길을 가는데, 검문소가 둘이 있다고 하자. 첫번째 검문소는 여자만 통과하고 남자는 통과할 수 없다고 하고, 두번째 검문소는 남자만 통과하고 여자는 통과할 수 없다고 하자. 그럼 이 두 검문소를 차례로 모두 통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제 이 두 검문소 사이에 새로운 검문소를 설치하고, 이 검문소는 노인과 소인을 구분하여 노인은 통과할 수 있고, 소인은 통과할 수 없다고 하자. 그러면 이제 이 세 검문소를 모두 통과하는 사람이 있을까?

디지털적인 방식으로 따지면 세 검문소를 모두 통과해 나가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양자물리학적인 방식으로 따지면 마지막 검문소를 통과하는 남자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첫번째 검문소는 여자가 통과한다. 여자는 노인도 있고 소인도 있기에, 가운데 검문소를 노인이 통과한다. 이제 노인은 여자도 있고 남자도 있어서, 세번째 검문소를 남자가 통과한다. 이것은 비유다. 여자와 남자를 각각 수평편광과 수직편광, 노인과 소인을 각각 -45도 편광과 45도 편광으로 비유해 보자.

첫번째 편광판은 수직편광(남자) 통과금지, 따라서 수평편광(여자)이 통과한다. 수평편광은 -45도 편광과 45도 편광의 중첩이다. 따라서 -45도 편광(노인)이 두번째 -45도 편광판을 통과한다. -45도 편광(노인)은 수평편광(여자)과 수직편광(남자)의 중첩이다. 그 중에서 수직편광(남자)이 통과한다.

아인슈타인은 양자물리학으로 광전효과를 설명하여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지만, 물리량이 측정에 의해 확률적으로 정해진다는 데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물리량은 측정과 상관없이 정해져 있어야 하는 실재성(實在性, reality)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아무도 달을 쳐다보지 않으면 달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는 말을 남겼고, 양자측정의 확률론적인 면에 대하여,

“신이 주사위 놀음을 할 리 없다”고 하여 강한 의문을 표시하였다.

아인슈타인은 1935년 포돌스키, 로젠과 함께 양자이론에 뭔가 부족함이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세 사람의 이름 첫자를 따서 EPR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논문은 어떠한 것도 빛보다 빨리 전달될 수 없다고 하는 특수상대성 원리에 비추어 볼 때, 양자이론은 불완전해 보인다고 하였다.

스핀각운동량이 0인 입자가 스핀을 가진 두 개의 입자로 나눠져서 하나는 왼쪽, 다른 하나는 오른쪽으로 진행한다고 하자. 양자이론에 따르면, 두 입자의 스핀방향은 측정될 때까지 정해지지 않고 있다가, 측정이 이루질 때에 정해진다. 왼쪽에서 스핀방향이 위인지 아래인지 측정하여 위가 되면, 두 입자 사이의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그 즉시 오른쪽으로 간 입자의 스핀방향은 ‘아래’가 되어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유령같은 원격작용’이라고 하며 못 미더워하였다. 한쪽에서 벌어진 일이 어떻게 그 즉시 다른 쪽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인가, 빛보다 빨리 영향력이 미친다는 말인가? 처음에 두 개의 입자로 나누어질 때에 이미 스핀 방향들이 정해졌겠지? 다만 측정할 때까지 모르고 있을 뿐이었겠지? 이렇게 이미 정해져 있지만 모르는 것을 ‘숨은 변수 (hidden variable)’이라고 부른다.

양자측정에 대한 근본적인 불만이 해결되지 않은 채, 양자물리학은 우주만물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어 놓았다. 연금술(alchemy)은 물질의 구조를 이해하게 되면서 진정한 화학(chemistry)으로 거듭 태어났다. 유전체의 DNA결합, 눈으로 보는 시각, 냄새 맡는 후각, 맛보는 미각, 빛 에너지로 분자를 합성하는 광합성 등 다양한 생명현상을 이해하게 되었다. 20세기 정보통신기술 혁명을 이룬 반도체소자와 레이저 광은 양자물리학으로 발명되었다.

이렇게 1차 양자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이 양자물리학에 대해 제기한 근본적인 질문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1964년 존 벨은 아인슈타인이 제기한 질문을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을 이론적으로 고안하였다. 왼쪽과 오른쪽, 양쪽에서 측정하는 스핀 방향으로 상하 방향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을 기준으로 스핀을 측정하는 것까지 고려하여, 양쪽 측정값이 가지는 상관관계에 대한 부등식을 유도하였다. 물리량이 측정 전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다면 이 부등식을 만족할 것이고, 양자이론에 따라 물리량이 측정에 의해 정해진다면 이 부등식이 위배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이 주목하지 않던 이 문제에 1970년대에 클라우저가 도전하였다. 입자의 스핀 대신 얽힌 두 광자의 편광을 측정하여 상관성을 보는 실험결과는 놀라웠다. 양자이론의 예측대로 벨의 부등식이 위배되는 것을 실험적으로 확인하였던 것이다. 클라우저의 실험이 가진 헛점을 보완한 훨씬 정교한 실험을 1980년대에 아스페가 진행하여, 역시 벨의 부등식 위배를 확인하였다. 얽힌 양자상태에 대하여 왼쪽과 오른쪽에서 측정한 물리량들은 측정 전까지 결정되지 않고 있다가, 측정에 의해 비로소 결정되었고, 얽힘이 보여주는 상관성은 빛보다 빨랐다. 그러나, 이를 이용하여 어떤 정보를 빛보다 빨리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를 보낸다는 것은 “의도하는” 내용을 보내야 하는데, 양자측정의 결과는 “확률론적이어서” 의도하는 정보를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상관성(相關性, correlation)은 빛보다 빨리 형성되지만(非局所的, nonlocal), 인과성(因果性, causation)은 빛보다 빨리 전달되지 않는다. 차일링거는 벨 부등식 실험을 더 고도화하는 한편, 양자얽힘을 이용한 양자텔레포테이션 등 다양한 실험으로 양자물리학의 근본문제를 탐구하였다.

비트가 0 또는 1, 둘 중의 하나를 뜻하는 데에 비해, 양자정보의 단위인 양자비트 또는 큐비트(qubit)는 0과 1이 중첩되어 동시에 될 수 있다. 큐비트가 10개 있으면, 2의 10제곱인 1024 가지 상태를 한꺼번에 중첩하여 나타낼 수 있다. 큐비트 개수가 늘어남에 따라 상태의 수는 지수함수적으로 늘어난다. 비트 수가 늘어남에 따라 디지털 컴퓨터의 능력이 선형적으로 늘어나는 데에 비해, 양자컴퓨터는 큐비트 개수가 늘어남에 따라 그 능력이 지수함수적으로 늘어난다. 여러 큐비트에 대한 중첩이 만들어진 데에 여러 조작을 하면 각각의 큐비트만으로 나타낼 수 없는 양자얽힘이 만들어진다. 1차 양자혁명에서 양자물리학은 하드웨어의 원리에 한정되었지만, 2차 양자혁명에서 양자물리학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에까지 쓰이게 된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양자정보기술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소련이 스푸트니크호를 우주궤도에 올림으로써 촉발된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양자정보기술은 디지털정보기술보다 좀 나은 정도가 아니다. 디지털정보기술로는 불가능한, 초고속 초거대 컴퓨팅, 도청이 절대불가능한 양자암호통신, 기존 센서로는 불가능한 탐지를 할 초정밀 양자센서라는 목표를 향한 경쟁으로, 제2차 양자혁명(Second Quantum Revolution)이 시작되었다.

 

- 약력

김재완 고등과학원 부원장 / 교수

연구분야 : 양자정보과학 이론

미국 휴스턴대학교 물리학과(이학박사)

서울대학교 물리학과(학사)

KAIST 물리학과 연구 副교수

삼성종합기술원(SAIT) 전문연구원

텍사스초전도체센터 포스닥연구원

현)미래양자융합포럼 공동의장

현)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量子기술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현)한국양자정보학회 초대회장

김재완 고등과학원 부원장/교수 science@nobelscience.co.kr

<저작권자 © 노벨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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